AI 활용법을 배우기 전에, 왜 ‘생각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까?

AI는 점점 똑똑해지는데, 인간은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다. 글쓰기, 번역, 코딩, 디자인, 데이터 분석까지 AI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어떤 AI 툴이 좋은지, 프롬프트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기술을 익혀야 경쟁력이 생기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자산관리 업계에서 나온 메시지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가장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되던 초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조직의 리더가 오히려 “기술보다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AI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관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 관리와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세머 트러스트(Bessemer Trust)의 CEO, Holly MacDonald는 여러 공개 발언과 인터뷰, 팟캐스트 출연을 통해 AI 시대의 인재상과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왔다.


베세머 트러스트와 AI 시대 자산관리 환경의 변화

베세머 트러스트는 미국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멀티패밀리 오피스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0억 달러 이상(총괄·감독 자산 기준)의 자산을 관리·자문하고 있다. 이는 단일 가문을 위한 싱글 패밀리 오피스가 아니라, 여러 초고액 자산가 가문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자산관리, 투자 자문, 신탁, 상속 및 거버넌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중요한 점은, 이런 조직이야말로 기술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새로운 기술이 자산 관리, 투자 판단, 리스크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베세머 트러스트 역시 데이터 분석, 자동화, AI 기반 리서치 도구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직의 CEO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보다 “AI를 어떤 사고 체계로 활용하느냐”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결국 의사결정의 질은 인간의 사고력에 달려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메시지다.


AI가 발전할수록 ‘기술’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이유

과거에는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이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거나, 특정 금융 모델을 설계할 수 있거나,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전문성을 의미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는 이미 코드 작성, 데이터 정리, 문서 초안 작성 같은 업무를 상당 부분 자동화하고 있다. 기술적 작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술은 ‘차별화 요소’라기보다 ‘기본값’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특정 기술을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사고의 영역이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결정하며,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는 질문에 답할 수는 있지만, 질문 자체를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결국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사고력의 차이가 성과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인문학적 사고가 다시 주목받는 현실적인 이유

AI 시대에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말은 종종 추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문학의 핵심은 고전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에 있다. 인문학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맥락과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우 그럴듯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이 어떤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는 스스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점검하고 판단하는 역할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와 맥락 이해 능력이다.


기술적인 스킬은 필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반면, 사고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비로소 깊어진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능력이 더 희소해지고, 더 큰 가치를 갖게 된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 사고, 판단, 그리고 태도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실제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역할이 동일한 속도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고와 판단이 핵심인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차이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동일한 기술을 다루더라도,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AI는 주어진 범위 안에서는 뛰어나지만,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결국 AI 시대에 인간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숙련도가 아니라,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태도와 사고력이다. 사고 없이 수행되는 업무는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지만,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오히려 인간의 가치가 더 분명해진다.


지식과 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단 방식이 달라졌을 뿐

일부에서는 “이제는 지식을 외울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AI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식과 정보의 가치는 단순한 암기에 있지 않다. 평소에 축적된 지식이 있어야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며, AI에게도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피상적인 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무엇을 알고 있고, 언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느냐다. 지식은 여전히 힘이며, 다만 그 힘은 축적과 사고를 통해 발휘된다. 좋은 질문은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생각의 깊이에서 나온다.


AI 시대, 가장 안전한 경쟁력은 생각하는 힘이다

AI는 앞으로도 더 빠르고, 더 정확해질 것이다. 많은 기술적 업무는 점점 더 자동화될 것이고, 단순한 스킬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에게 남는 가장 확실한 경쟁력은 사고력이다.


무엇을 물어볼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하는 능력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강력해질수록, 이런 능력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든다.


AI 활용법을 익히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 나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가?
  • 그리고 좋은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 시대에 가장 오래 살아남는 능력은, 결국 생각하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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